정부 부처 대변인들, '외래어·전문용어 탈피… 쉽고 바른 언어쓰기 앞장' 다짐
‘골든에이지’ ‘브레인 리턴 500’ ‘골든 시드 프로젝트’ ‘워킹스쿨버스’….
 
17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직후인 지난 2008년 1월, 이경숙 당시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했다가 못 알아들어서 '아륀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사실상 보장됐던 국무총리 직에서 실각당한 일이 있었다.


'오렌지'를 '아륀지'로 발음해야 한다는 주장은 섣부른 감은 있었지만 일리없는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는 발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 인수위원장의 이러한 너무 앞서 나간 주장은 그의 총리직 실각과는 별개로, 지난 정부 내내 실용적 영어 우선 정책과 그로 인한 '정부와 민간의 영어 표현 범람'이라는 또다른 폐해를 낳고 말았다.


정부 등 공공기관이 이와 같은 외국어·외래어, 전문용어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정부 부처 대변인협의회는 '보도자료 쉽게 쓰기' 등 공공기관의 쉽고 바른 언어 쓰기 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달 28일 열린 정부 부처 대변인협의회에서 각 부처가 보도 자료 쉽게 쓰기 등 ‘공공기관의 쉽고 바른 언어 쓰기’ 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각 부처 대변인이 이해하기 쉬운 보도 자료 쓰기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부처 대변인들은 정부 등 공공기관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가 국민이 정책에 편하게 접근하는 것을 가로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보도자료를 쉽게 작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국립국어원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매년 한글날을 전후로 쉬운 언어 사용 우수 부처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 각 부처로부터 해당 분야의 전문용어 개선안을 받아 ‘이달의 전문용어 개선안’을 선정하고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발표한다.
 
이밖에도 공공기관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이달 중 ‘쉬운 공문서 쓰기 관련 기본 지침’을 마련하고 12월에는 ‘세부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스웨덴에서는 분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서를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으로 보고 정부가 솔선수범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을 위한 정책이 더욱 쉬운 말로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늦은 것을 알았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도 있다. 구호로 그치지 않는 적극적인 실천을 기대한다.
글쓴날 : [14-04-05 14:36] 조장훈대표기자[ibbubsin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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